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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독일 육사 전성시대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과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모두 독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수학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네요.


신임 장관은 육사 28기, 전임 장관은 육사 29기로 1년 선후배 사이입니다. 
두사람은 모두 육사 기수 중에 1명만 선발하는 독일 유학 시험에 합격, 육사 2년차인 1969년과 1970년에 각각 독일로 가 3년동안 공부했습니다.
(한국 육사생도의 독일 육사 유학이 이뤄진 것은 1966년 한·독 육사생도 위탁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관진 신임 장관은 뮌헨의 독일 육사에서 수학했고, 김태영 전임 장관은 함부르크의 독일 육사를 다녔습니다.(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한솥밥’을 먹은 것은 아니라는 거죠)

독일은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처럼 한 곳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독일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큰 주에는 프로이센의 전통이 남은 역사가 유수한 사관학교가 개별적으로 있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전언입니다.
지금은 특성에 따라 통·폐합이 이뤄졌다고 합니다.(참고로 독일은 군인 귀족 출신들의 자제는 부모처럼 장교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일부 언론에서는 신임장관의 눈빛이 워낙 강렬해 선·후배들 사이에서 ‘레이저(Laser) 김’으로 통한다고 보도했습니다.(동기생들과 후배들이 신임장관의 현역 시절 그를 ‘독일 병정’으로 불렀던 것 같은데,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도 있나 보죠)

아뭏든 우리 군에서 두명의 국방장관을 잇따라 배출한 만큼 ‘독일 육사(출신)’ 전성시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육군 대장인 박정이 제1야전군 사령관(육사 32기)도 독일 육사 출신입니다. 
(1차 대장 진급에서는 탈락했던 박정이 장군은 천안함 민·관합동조사단의 군측 단장을 맡은 덕분에 별을 하나 더 달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역 육군 소장인 류제승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35기) 역시 독일 육사를 졸업했습니다. 합참 군사전략과장 출신으로 군의 대표적인 전략통 장군으로 평가받는 류 소장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번역해 출간한 바 있습니다.

역사학 박사이기도 한 류 소장은 영관장교 시절에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발췌본으로 번역했습니다.

이 책은 지금도 국내에서 무척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류 장군은 독일 육사와 전투병과학교에서 유학하고, 독일 육군청 교환교관으로 근무해 독일 군사학체계에 정통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박사학위도 독일 보쿰대학에서 받았습니다.
류 장군은 평소 ‘전투적 사고’를 강조해 왔던 만큼 신임 장관과는 독일 육사라는 학연을 떠나 호흡을 잘 맞출 것이라는 게 중평입니다.

현재 야전부대 사단장으로 복무중인 박찬주 소장(육사 37기)도 독일 육사 출신입니다. 그는 기갑전의 전문가입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별칭이 ‘전차 군단’일 정도로 독일 하면 떠오른 것이 전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장군은 병과는 제대로 고른 셈입니다.

실제 그는 ‘탱크’ 같은 외모처럼 힘든 사안도 쉽게 밀어부치는 대단한 추진력과 함께 실력 있는 군인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요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업무를 총괄하는 ‘전작권 전환 추진단’의 단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박 장군도 유 장군처럼 독일 육군청 교환교관을 지냈고, 2009년에는 독일정부가 수여하는 은성명예십자훈장(Ehrenkreuz der Bundeswehr Silver)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