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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연평도발과 조영남, 그리고 딜라일라

 북한군의 연평 도발 이후 신문과 방송에는 연평도에 배치할 화력으로 각종 무기가 난무했다. 급기야는 ‘딜라일라’나 ‘엑스칼리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딜라일라’! 어디서 많이 듣던 단어다. 그래 맞다. 조선일보 기자였다가 지금은 대기업체 간부인 박모씨가 마이크만 잡으면 부르던 노래 아니던가. 외국 노래에 가수 조영남씨가 가사를 붙여 부른 그의 데뷔곡.

 낭만과 애수를 달래던 딜라일라가 ‘연평도’에서는 이스라엘제 순항미사일로 변신해 있었다. 무려 250㎞나 날아갈 수 있어 평양의 주석궁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딜라일라(사진).



 

 한 보도에 따르면 딜라일라 미사일 1발에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현대 무기는 정말 비싸다. 북한군에 대응 포격했던 K-9 자주포 한대 가격만 해도 40억원 정도다. 지상 무기니까 이정도지, F-15K로 가면 1,200억원에 달한다. 과거 F-15K 한대가 포항 앞바다에 추락했을 때 ‘통일부 1년 예산’이 물에 빠졌다고 했다. ‘서민의 꿈’, ‘인생 역전’ 로또에 당첨된 들 요즘 평균 당첨금으로는 자주포 한대 못 산다. 자주포는 커녕 대부분 장갑차 한대 값도 안된다)

 ‘엑스칼리버’(Excalibur)도 마찬가지다. 엑스칼리버 역시 6세기 영국의 영웅 아서 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검(劍)이 아니었다. GPS 유도 스마트 포탄의 이름이란다. 이른바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똑똑한 포탄’이다. 역시 똑똑한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1발당 4000만~55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간부는 “딜라일라나 엑스칼리버 모두 연평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엑스칼리버는 개발도 안 끝난 장비”라고 덧붙였다. 딜라일라 배치 등을 언급한 것이 모두 추측성 보도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아직 개발도 마무리 안된 장비까지 마구잡이로 거론되는 판인데 다른 것은 안 그럴까.

 다른 것도 그 정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소나기성 보도는 마찬가지다. 이번 연평 도발 사건이 일어나자 신문 방송들이 쏟아낸 보도들은 엄청나다. 북한 지역에 떨어진 K-9 자주포탄의 갯수는 물론 탄착지점까지 친절하게 보도하고 있다.(그런데 탄착지점을 놓고는 '헛방을 쐈다'는 국회의원들과 '상당한 타격과 피해를 입혔다'는 군 당국의 시각 차는 무척이나 크다)

 앞서 북한군 포탄에 대한 보도 역시 봇물처럼 쏟아졌다. 국회의 전언을 토대로 북한군 76㎜ 해안포의 포탄과 122㎜ 방사포탄이 연평도 어디에 떨어졌는 지까지 그래픽을 통해 자세히 소개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우리의 발표가 적의 관측 장교가 관측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다.(한 군 간부는 국회와 언론이 간첩 역할을 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혼란스럽기는 북한군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워낙 연평 도발과 관련한 정보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바람에 북한군도 헷갈릴 것 같다.

 자고로 물건도 적어야 귀한 가치가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 과잉정보는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흐리는 ‘노이즈’가 될 수 있다. 북한군도 제각각 쏟아지는 남쪽의 언론 보도를 보면서 뭐가 진짜인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예를 들어 북한군은 연평도 사격훈련 개시 시간에 대해서도 제각각인 언론보도로 헷갈렸을 게 분명하다. 오히려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이 '날씨만 좋아지면 빨리 쏘겠다'며 사격 시점에 대한 불학실성을 줄여 줬다)  

 이번 북한군의 도발로 군인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군 인사를 하려면 김정일에게 결재를 맡아야 한다”는 조크가 현실화됐다. 장관이 바뀌고 장성 진급 심사가 스톱됐다. 장성 진급 기준이 야전성으로 바뀌었다는 소문도 돈다.

 그나저나 조영남씨가 불렀던 딜라일라가 나왔으니 그분에게 부탁하나 하고 싶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남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노래 하나 없나요. 영호남 화합을 노래했던 ‘화개장터’ 같은 것 말이에요.(우선 '연평어장' 강추다)

 아뭏든 미사일 ‘딜라일라’보다는 노래 ‘딜라일라’가 좋다.



 밤깊은 골목길 그대 창문앞 지났네/
 창문에 비치는 희미한 두 그림자/
 그댄 내 여인 날두고 누구와 사랑을 속삭이나/
 오 나의 딜라일라/
 왜 날 버리는가/
 애타는 이 가슴 달랠 길 없어 복수에 불타는 마음만 가득찼네.

 그댄 내 여인 날두고 누구와 사랑을 속삭이나/
 오 나의 딜라일라/
 왜 날 버리는가/
 애타는 이 가슴 달랠 길 없어 복수에 불타는 마음만 가득찼네.

 Forgive me Delilah I just couldn‘t take any more/


<부록>

 ◆북한이 전면전을 못하는 이유

 1. 남한에는 거리거리마다 대포가 돌아다닌다.(대포폰)
 2. 남한에는 왠만한 집이면 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핵가족)
 3. 남한에는 밤이면 길거리에 총알이 난무한다.(총알택시)



*참고로 북한이 과거에 무서워했던 ‘대포집’들은 재개발로 대부분 사라졌다.(이상은 경향신문 블로그 ‘수다의 힘’을 운영하는 유인경 기자의 수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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