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와 응원가, 군가는 공통점이 있다. 부르고 듣는 사람들의 단결심을 고취시킨다는 점이다. 합창하면 힘이 솟고 가슴이 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부산 갈매기’를 부르면서 롯데 팬으로서 일체감을 느낀다.
교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가 최고’인 이유가 노래 가사에 다 들어 있다. 북악산이 됐든 삼각산이 됐든간에 인근에 가장 유명한 산의 정기를 다 이어받은 학교이니 최고가 아니면 오히려 이상하다.
하다못해 이름없는 산이라도 학교 근처의 산이면 십중팔구 교가에 들어간다.(풍수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의 힘이 인물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 기무사령관 중 한명은 자신이 별을 단 것은 ‘논두렁 정기’도 아닌 ‘밭두렁 정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근처에 무슨 강이라도 있으면 바다를 향해 힘차게 흐르는 강처럼 ‘우리 학교’가 이름을 세상에 떨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다 보니 명문 학교의 교가치고 유명한 산이나 강이 들어가지 않은 학교가 없다.
그나마 배재학교의 ‘배재학당 교가’가 예외라면 예외가 되겠다. 배재학교 교가는 1882년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박사가 자신의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 대학 응원가에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이래저래 교가와 응원가가 엮여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음악이 지니고 있는 무서운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은 군가다.
수많은 행진곡과 군가는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했다. 돌격 나팔소리는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용기를 불러 일으켰다. 군대에서 단결심은 최고 덕목 가운데 하나다.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군대를 실감하게 해주는 것도, 힘든 훈련을 이겨내게 힘을 주는 것도 군가다. 훈련소에서 교관이 “전체 차렷! 반동은 상하 반동, 반동준비”하면 훈련병들은 악다구니 목소리를 내면서 잡념을 떨쳐내야 한다.
군의 ‘전문 싸움꾼’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부대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의 사나이/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나가자 저 바다 우리의 낙원 /아~사나이 뭉친 UDT/이름도 남아다운 수중 파괴대” UDT 대원들이 훈련 중 부르는 군가 ‘사나이 UDT’의 노랫말이다. 대원들은 군가를 악을 쓰듯 불러대곤 하는데 군가 없이 어찌 극한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겠는가
군대는 군가를 통해 하나로 뭉친다. 상당수 나라의 국가가 군가에서 유래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국가인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 Spangled Banner)’도 일종의 군가다.(여러 사람이 미국의 국가 제목을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Stars and Stripes Forever)’로 잘못 알고 있다)
하긴 찬송가에도 군가가 있다.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대니’로 시작되는 찬송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군가로 쓰이기도 했다.
미국 공수부대 상사 배리 새들러는 반전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그린 베레의 노래(Ballad of the Green Beret)’라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 앨범은 순식간에 수백만 장이 팔리면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회 분위기는 반전이었지만 ‘그린 베레의 노래’는 경쾌한 행진곡풍이면서 가사가 듣는 이들의 낭만 지향성을 자극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어르신들이 과거 6·25 전쟁을 회상하며 부르는 군가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다. 약간 느리게 연주하면 러시아 군가풍이 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내용은 비장하면서도 멜로디는 어딘지 모르게 경쾌하다.
서양에서는 클래식 정통 음악을 통해서도 애국심과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영웅을 찬양해 왔다.
차이코프스키는 조국 러시아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물리친 1812년을 기념해 ‘1812 서곡’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도 최근에는 신세대 취향에 맟춘 랩풍 군가까지 나왔는데 조만간 클래식 음악이나 전통 음악에 접목한 군가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곡으로 아리랑을 바탕으로 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인 것을 보고 군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국방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병대 사건 뒷담화 (4) | 2011.05.23 |
---|---|
UH-60 출격하라 (0) | 2011.05.19 |
해병대와 함께 춤을~ (7) | 2011.04.25 |
F15K 공중부양의 댓가 (11) | 2011.04.17 |
잠수함과 변비, 그리고 비데 (7) | 201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