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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해병대와 함께 춤을~


한때 군에서 유행했던 조크가 있었다. 각군의 구호를 빗대 육군은 ‘미래로’, 해군은 ‘세계로’, 공군은 ‘우주로’, 해병대는 ‘귀신 잡으러’ 가서 한반도는 주한미군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 구호들을 놓고 여러 잡음이 일자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해군은 ‘세계로’를 외치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 뭇매를 맞다시피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해병대의 브랜드였던 ‘귀신 잡는 해병’도 요즘은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나온 해병대의 구호는 “작지만 강한 군대’이다.

이 ‘작지만 강한 군대’를 가겠다는 ‘젊은 청춘’들은 통상 경쟁률 3대1이 넘는 해병대의 문을 해마다 두드린다.

해병대 지원 동기를 묻는 인터뷰에서도 “해병의 팔각모를 아무나 쓸 수 있다면 저는 해병대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10수 끝에 해병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눈물을 흘리는 훈련병도 있다.

사실 해병대는 현대의 속전속결식 속도 경영 시대와 걸맞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는다”는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해병대는 “자고로 전쟁은 졸속으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고 한 중국의 병법가 손자의 말을 실천하는 데도 유효한 군대다.


해병대는 탄생 이후 생태학에서 말하는 ‘가우스의 원리’에 충실했다. 흔히 ‘경쟁 배타의 원리’로도 통하는 가우스의 원리는 보통 한 종(種) 만이 한 서식지의 특수화된 생태학적 지위를 점유할 수 있다는 생태학적 특성을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종류의 생물이든 살아가는 데 중요한 활동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경쟁자보다 잘해야 장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보다 잘하는 것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그동안 해병대는 군이 개혁안을 발표할 때마다 단골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심지어 1973년에는 사령부가 폐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해병대는 젊은이들이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가려고 하는 조직이 됐다.

언젠가 해병대가 해군호텔에서 ‘21세기 해양투사전력의 도약과 발전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해병대 발전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던 적이 있다. 여기서 해병대 전략연구소의 배찬호 예비역 제독은 “오늘의 해병대가 가장 강인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군대로 남아 있는 것은 수난의 고통이 베푼 축복”이라며 “개인이나 군이나 국가도 배가 부르면 나락에 빠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미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의 브루스 E 벡터 박사는 “한국 해병대가 상륙기동의 본성, 신속타격의 능력, 우수한 보병을 갖췄기 때문에 북한에서 전면전 발생 시 신속히 안정화작전 또는 통일작전을 수행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모두가 한국 해병대의 우수한 자질과 잠재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언급들이다.

그 한국 해병대가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배우 현빈의 입대로 뭇 여성들의 관심을 끌더니 지난 22일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병대 독립법안’이 통과되면서 도하 언론을 장식했다. 해병대 독립법안은 해병대의 인사·예산권을 강화하고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한은 책임을 부르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잘나간다 싶으니 해병대의 ‘작지만 강한 군대’에서 ‘ㄱ’ 받침을 빼고 부르려 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요즈음은 소위 ‘시프트 시대’다. 잠시라도 안주하면 도태당하고 끊임없이 변혁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해병대도 자신의 경쟁 우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할 듯싶다. 이제는 ‘귀신 잡는’ 브랜드만으로는 0.2% 이상 부족하다. ‘현빈의 해병대’로 통해서도 곤란하다. 해병대는 ‘해병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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