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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군 인사의 악순환/말로만 하는 군 개혁 인사


#미사여구로 포장된 MB 군부의 개혁과 인사(결과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 도발)

국방부가 16일 ‘2010년 후반기 장성’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작전통’과 ‘야전통’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꽤 있습니다.

 

앞서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이 취임했을 때도 도하 언론마다 신임 장관의 취임사를 소개하면서 '전투형부대, '관료적 풍토" 쇄신을 을 화두로 던졌다며 군 정기 인사가 ‘야전 우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야전성과 파이트 투나잇

그렇다면 도대체 ‘야전성’이란 무엇인가. 우선 신임 장관의 취임사 중 눈에 띄는 몇 대목을 볼까요.

①“보여주기식 작전 관행을 뿌리 뽑고 오직 전투행동과 작전결과로 평가받는 기풍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②“고도의 실전 능력을 구비한 전투형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

③“행정주의적 요소, 관료적인 풍토, 매너리즘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④“전투의지가 충만하고 작전기강이 확립된 전사 중의 전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네요. 이명박 정부의 첫 국방장관인 이상희 장관의 발언록을 한번 볼까요.

“부대는 오늘 밤 당장 전투가 개시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부대가 되고, 군인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전투 전문가’, ‘전문 싸움꾼’이 돼야 한다.”  이는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에서의 이 전 장관이 군의 무사안일과 안보해이, 관료주의화를 강도 높게 질타하면서 한 모두 발언 내용입니다.

특히 군내 강경파였던 이 전 장관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을 외쳤습니다. ‘파이트 투나잇’의 요점은 당장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군이 기존의 관리형 부대에서 과감히 탈피해 실전적 전투형 부대로 과감히 전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첫 국방장관과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이 많이 비슷하죠. 군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도발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현장의 합동 전투력으로 현장 지휘관이 작전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참으로 지당한 ‘공자 말씀’입니다)

‘파이트 투나잇’이나 야전성이 차이가 있을까요. 아마도 야전성의 다른 표현이 ‘파이트 투나잇’ 아닐까요.

#'약방의 감초' 개혁 인사

이와함께 국방부가 ‘약방의 감초’처럼 빠뜨리지 않는 ‘말의 성찬’이 또 있습니다. 바로 정기 인사 때마다 나오는 “개혁적 차원의 군 인사를 실시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말로 개혁적인 군 인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국방부의 발표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결과가 나빴을 뿐이지요.

①“(군 인사의) 발탁과 보직 기준은 출신지역이나 근무지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오직 군 통수권자의 통수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개혁성과 능력을 고려했다.”(2008년 3월 국방부 발표)

②“전문성과 개혁성, 합동, 연합작전 능력과 전략적 식견을 갖춘 인사를 발탁했다. 군인사법과 인사 규정을 철저히 지켜 인사을 단행했다.”(2008년 10월 국방부 발표)

③“이번 인사의 진급과 보직 기준은 오직 군 통수권자의 통수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개혁성, 전문성, 추진력과 미래 안보환경에 대비한 전략적, 작전적 식견 등을 고려했다.”(2009년 9월 국방부 발표)

④“이번 인사는 출신지역이나 근무지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군 통수권자의 통수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해 유능한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를 선발했다.”(2010년 6월 국방부 발표)

⑤“금번 인사는 정도를 걸어온 군인다운 군인·개혁성·추진력 보유자, 연합·합동작전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구비자 중에서 선발하였으며, 특히 행정주의적, 관료적 풍토를 타파하기 위해 전투의지가 충만한 야전형 군인을 최우선적으로 발탁했다.”(2010년 12월16일 국방부 발표)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군 인사는 대통령이 강조한 전문성과 개혁성, 기타 등등 좋은 말은 다 같다 붙여 왔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강조한 야전형 군인에 대해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야전성이라는 것은 군사 전문성이 강한 사람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전도 중요하고, 계획과 지침 발전 부서, 정책 부서에도 근무한다. 한쪽에만 있다고 야전성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야전 다운 인물을 중시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어디에서 근무하든지에 관계없이 ‘파이트 투나잇’ 정신이 있는 군인이 야전다운 인물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포장지만 다를 뿐 이상희 장관 때와 인사 원칙의 내용물은 똑같다는 뜻입니다.(‘파이트 투나잇’ 차원의 장군 인사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야전성’의 강도를 측정하겠다면서 이번에 발탁된 장군들이 어느 야전부대에 근무했는 지를 따지고 있습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특정 군맥이 장악하는 군 인사

오히려 인사와 관련해 군을 출입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특정 군맥’의 입김에 따른 인사의 악순환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호남 군맥’, 참여 정부 시절에는 ‘386 군맥’‘PK 군맥’이 군인들의 입에서 회자됐습니다.

이번 MB 정부에서는 ‘영포 라인’과 함께 ‘경북 OO 군맥’이 거론되고 있습니다.(조선일보에서는 이홍기 제3야전군사령관 내정자에 대해서 군내 TK 특정 지역 출신 인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군 수뇌부 인사에 대해서는 '△△'의 '△△'를 위한 '△△'식 인사라는 게 중론입니다)

#특정 군맥의 몰락과 부활

그러다 보니 10년 세월동안 특정 군맥 장군들의 ‘몰락’과 화려한 ‘부활’이 반복됩니다. 그러면서 살아 남기 위해, 아니면 정권 교체의 혼란기에 별을 달거나 진급하기 위해 특정 군맥에 줄을 대는 간부들도 생깁니다.(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군 고위층이 된 대령 부부가 장군이 되기 위해 노래방에서 실세 장군 부부에게 큰 절을 했다는 등 그야말로 별의 별 에피소드가 다 나돌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소문들은 나중에 대부분 사실로 판명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도 과거 정부의 ‘군맥’이 숙청되고 이명박 정부의 ‘신 군맥’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전 정권에서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의 측근으로 분류된 영·장관급 장교들은 진급에서 대거 탈락했습니다. 참여 정부 때부터 이미 힘이 빠지기 시작한 '호남 군맥'은 MB 정부의 '신 군맥'의 등장과 함께 장군 진급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미래의 별’들이 대폭 사라졌습니다. 대신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파견 장교들은 영전했습니다.

그나마 당시 ‘숙청’ 당했던 몇몇 장교들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등장과 함께 이번 인사에서 간신히 부활했습니다.

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을 따지는 겁니다. 게다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군맥이 득세를 하면 다른 특정 지역 출신의 유능한 인재들을 미리 제거하려 합니다. 소위 ‘싹’부터 잘라 경쟁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죠.(취재 경험에 따르면 검찰도 그러더군요)

#장군들의 처세술

그러다 보니 견제를 받고 살아남는 간부들은 특정 군맥과 소위 코드가 맞는 ‘예스 맨’이라든가 아니면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그들과 경쟁상대가 되기 힘든 허약한 자원인 경우가 많습니다.(자연스럽게 모범생 스타일의 장군들이 개성이 강한 장군들보다 오래 군문에 남아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뛰어난 능력의 장군들이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면서 정권이 바뀌는 미래를 기약하는 경우입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 살아남은 장군들이 군 실세가 됩니다. 그리고는 과거 정권 때와 같은 인사 행태가 반복됩니다. 일종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입니다.(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MB 정부 다 대동소이합니다)

또 군이 유약해진 데에는 여러차례 정권이 바뀌면서 군 장성들이 ‘생존 전략’으로 청와대만 바라보는 것이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풍향계에 따라 장군들이 출세하고 좌절하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장군은 영어로 ‘제너럴’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어떤 업무를 맡겨도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싸움’에 더 능한 장군이 있는 것이고, ‘행정’에 더 능한 장군이 있는 것입니다. 또 ‘부대 관리’에 남다른 장점이 있는 장군이 있습니다.

인사권자는 이것들을 모두 헤아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군 간부들이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서 과연 야전성 때문에 진급 대상자와 탈락자가 결정됐다고 여길까요)

#말로 하는 개혁

굳이 ‘야전성’이니 ‘파이트 투나잇’이니 하는 것들은 이제 공허한 ‘언어의 성찬’으로 들립니다.(솔직히 일반적인 야전성의 이미지는 현역 장군 보다는 오히려 육군 대령 출신인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한테서 더 느껴집니다)

이제는 말로 하는 국방개혁, 인사개혁 그만 했으면 합니다. ‘야전성’은 무엇이고 ‘파이트 투나잇’은 무엇입니까. ‘파이트 투나잇’은 밤에 일어나는 도발을 대비하는 것이어서 낮에 일어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응징하지 못한 것입니까?

북한군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실속있는 우리군의 개혁을 더 두려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