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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추신수와 한국군, 손기정과 일본군(누구에게나 한방은 있다)

  <추신수와 손기정>

이번에는 군대와 금메달의 함수관계를 한번 살펴볼까 한다.
 

추신수 선수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특례혜택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언론은 당장 군 입대 문제를 해결한 메이저리거로서 그의 연봉이 500만달러 수준으로 껑충 뛸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추신수 선수로서는 금메달 하나로 그야말로 명예도 얻고 실리도 챙긴 것이다.

하지만 군대와 관련해서는 금메달도 금메달 나름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때는 1936년 8월 9일. 일제 치하에서 양정고보 5년생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시상식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로부터 16일 뒤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이 일어난다.
(일장기 말소사건에 등장하는 사진은 손기정의 우승직후 전송된 사진이 아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간한 ‘이야기 한국체육사, 베를린의 월계관/고두현 지음’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36년 8월 25일 동아일보 체육기자 이길용이 시상대의 선수 표정이 매우 생생한 오사카 아사히(大版朝日) 신문의 격주간 화보잡지 ‘아사히 그라프’의 사진을 오려낸 후 손기정의 가슴부분 일장기를 지워버리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이길용의 의뢰를 받고 기술적으로 일장기를 지운 주인공은 동아일보 조사부 소속인 전속화가 이상범이었다. 그는 ‘청전’(靑田)으로 잘 알려진 그 유명한 동양화가다)

그런데 이 일장기 말소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챈 곳은 일본군이었다.(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불문하고 군은 국기와 같은 '상징'에 매우 민감하다)
 
서울 용산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제20사단 사령부는 오후 4시쯤 배달된 동아일보에 실린 손기정의 사진에서 일장기가 지워져 있음을 발견하고 조선총독부에 즉각 통보했다. 조선총독 미나미(南次郞)는 책상을 치며 격노했지만 신문은 이미 태반이 발송과 배달이 끝난 상태였다.

(당시 월간여성지 ‘신가정"(新家庭)은 일장기가 보이는 상체가 아닌 손기정의 다리 부분만을 사진으로 싣고 ‘이것이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 위대한 우리들의 아들 손기정의 다리’라는 사진설명을 달았다고 한다)


<추신수는 야구 금메달을 따고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은 월계수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다>

 

손기정은 나라를 잃은 탓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회환의 눈물을 흘려야 했고, 그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신문은 일본 군부의 핍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메이저리거로서의 꿈을 더욱 활짝 피게 됐고, 군대에서 2년여 세월을 보내지 않게 됐다. 한마디로 ‘금메달과 군대’의 관계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적용된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선수들도 심심찮게 있다)

그런데 군대와 스포츠의 이런 관계도 있었다. 

“(세계 챔피언에 오르게 된 것은) 첫째도 군인정신, 둘째도 군인정신 덕분입니다.”
 
이는 1974년 7월 15일 남아공화국에서 벌어진 WBA 밴텀급 타이틀 매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꺾고 세계 챔프 차리에 오른 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했던 권투선수 홍수환이 기자들에게 승리의 소감으로 한 말이다.

당시 홍수환은 국군수도경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의 전신) 제5헌병대대 본부중대 소속 일병이었다.
물론 군인정신의 강조는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나온 소감이었겠지만 어찌 됐든 군대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발언이었다.
(하긴 1980년대 초반에는 세계 챔피언에 오른 권투선수가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OOOOOO 사장님께 감사한다는 우승소감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홍수환 선수는 중장년의 나이가 되고 나서도 군부대 강연에 자주 나섰고, 자신의 현역시절 때와 같은 군인정신을 강조했다)



<기자회견하는 홍수환 선수. 사진/국방일보>
                            
 
그동안 상무부대 소속 현역군인 신분으로 국제대회에서 군인정신을 발휘해 국가의 명예를 높인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국제대회 금메달로 국가의 명예를 높였다는 이유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도 있다.
이쯤되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약간은 헷갈렸는데 병역법이 바뀌어 형평성 원칙에 의해 현역 군인이라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 보충역 편입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세월 따라 금메달과 군대의 함수관계는 사회 환경에 따라 변화해 온 것 같다. 결론적으로 군인정신 때문이든, 애국심 때문이든, 고액 연봉 때문이든, 병역혜택 때문이든 금메달은 따고 볼 일이다. 거기에는 군인정신을 강조했던 홍수환씨가 과거에 썼던 책 ‘누구에게나 한방은 있다’의 내용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

“쓰러지더라도 한방이 당신에게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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