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화랑의식(퍼레이드)를 참관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네요.
'반란 및 내란죄로 무기징역까지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참관을 허용했다'며 군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1989년도에) 사면까지 받은 사람인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반박하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사건의 발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공 핵심 인사들과 함께 지난 8일 육사를 방문해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한데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육사 교장 옆자리에 서 있던 전 전 대통령은 생도들이 단상 앞에 이르러 "우로 봐!"라는 구호를 외치자 손뼉만 쳤던 참석자들과 달리 생도들에게 경례로 화답하면서 사실상 ’사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는거죠.
그렇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국군의 수뇌부가 될 사람들이 내란수괴에게 경례를 했던 것일까요. 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에 발전기금을 낸 자격으로 초청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육군은 또 전 전 대통령의 육사 화랑식은 금요일마다 있는 일상적인 행사와 같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인들도 언제든지 볼수 있는 행사라는 거죠(육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화랑연병장에서 생도들이 퍼레이드하는 자체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우로 봐' 했을때는 직속 상관인 육사 교장과 관람석에 있는 참석자들에게 모두 경례를 했다고 볼 수 있겠죠. 특정인을 대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논란이 있을 듯 합니다.
전재산이 29만원이라고 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한 패러디물
당시 육사발전기금을 500만원 이상씩 내 초청받은 대상자 가운데 한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관람석에는 400여명이 있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분열하는 생도들에게 경례로 화답한 사람들은 여럿 있었다고 합니다. 박수를 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열이란 부대의 사기나 교육 정도 등에 관하여 검열하는 것으로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영예로운 일이라고 합니다.
군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열을 한 게 아니라 분열 행사의 현장에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육사 생도들 입장에서는 분열을 한 것이고, 관람석에 있는 사람들은 사열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게 그것이긴 합니다. 참고로 일반시민들도 신청만 하면 매주 금요일 육사생도들의 분열 행사를 참관할 수 있습니다. 즉 넓은 의미에서 사열을 할 수 있는거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화랑연병장에서 경례를 하는 모습/경향신문 DB
다른 얘기입니다만 군 통수권자의 해석을 놓고 한 현역 장성이 영관급 장교 시절 나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그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정치인 대통령'과는 분리해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즉 군 통수권자가 내리는 정당한 명령은 받아들이겠지만 정치인 대통령이 내리는 부당한 명령은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군 출신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장교 자체가 정치 군인이라는 거였습니다. 즉, 대통령은 국민이 뽑아준 선출직이라면서 대통령의 명령을 어떻게 정치인 자격으로 한 것인지, 군 통수권자 자격으로 한 것인지를 자로 잰 듯 분리할 수 있느냐는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육사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쿠데타로 내란죄를 저질렀던 당사자'라는 견해와 '학교발전기금을 낸 육사 선배'라는 견해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걸까요. 헷갈리네요.
또다른 얘기로 최근 군 검찰이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육군 대위를 ‘상관모욕죄’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사건을 놓고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군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관’에 포함돼 군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다는 견해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대통령은 군형법상 ‘상관’이 아니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육군 대위가 대통령의 잘못된 정치적 행위를 비난한 것이지, 군통수권자를 비난한 게 아니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퍼레이드 참관 사건을 놓고 무엇인가 무자르듯 얘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결과는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횡설수설한 감이 있습니다.
참고로, 육군 관계자들에게 "육사 생도들이 퍼레이드 행사에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이 참관하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대답은 "단상 가까운 줄쪽에서 행진하는 생도들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알아 보지 않았겠느냐"고 하더군요.
과연 그 생도들은 80세가 넘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면서 쿠데타의 꿈을 키웠을까요, 아니면 '인생무상'을 느꼈을까요. 주제가 또 옆으로 샌 감이 있네요.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 법정에 서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경향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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