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의 손원일급(214급) 잠수함>
잠수함과 구축함이 서로 쫓고 쫓기는 훈련을 계획했으나 기상이 악화돼 훈련이 취소됐다.
그러나 잠수함은 이미 훈련 개시 시간에 맞춰 사전에 물 속에 있기 때문에 훈련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을 수가 없다.
결국 기상이 나빠지면서 구축함과 같은 수상함들은 항구로 철수했지만 잠수함은 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되는 줄 알고 물속에서 요리조리 다니게 된다.
물론 잠수함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 잠수함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은 수상함들이 레이더상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면으로 부상할 수도 없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지만 잠수함은 예정대로 물 속에서 자신이 맡은 ‘도망자’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물 위에서 쫓는 군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물 속에서 요리조리 다니는 모양이 굳이 속담에 비유하자면 ‘달밤에 혼자 체조’하는 격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대잠훈련이 벌어진 것인가,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수상함 입장에서는 훈련이 취소됐지만 잠수함 입장에서는 훈련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제 벌어졌던 일이지만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군은 ‘잠수함’의 ㅈ만 나와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잠수함은 은닉성을 생명으로 하다 보니 해군은 잠수함과 관련된 작전 사항은 죄다 비밀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면 관련된 모든 사항이 비밀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의 눈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은 해프닝도 철저히 숨긴다.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209급) 잠수함>
하지만 해군이 잠수함 운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침에도 불구하고 잠수함의 움직임은 어부들에게 곧잘 포착된다.
지난 한해동안 잠수함이 우리 어선에 들킨 경우가 31건이나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잠수함 훈련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제주와 부산, 통영 등지에서 한달동안 6건이나 어선의 감시망에 걸렸다. 주로 잠수함이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스노켈(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을 가동, 축전지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수면위로 올렸다가 포착된 경우들이었다.
잠수함은 물고기를 찾는 데 사용하는 어군 탐지기에 걸리기도 한다. 어군탐지기는 반경 1㎞, 깊이 1.4㎞를 탐색하기 때문에 그 범위에 들어가면 물고기보다 훨씬 큰 잠수함은 쉽게 정체가 노출된다. 그러나 가끔은 어군탐지기를 통해 물고기 떼로 오인돼 그물이 잠수함을 덮치는 경우도 있다.
1996년 잠수함을 타고 강릉 안인진리에 침투했던 간첩 이광수는 “북한이 잠수함을 이용해 수중 침투를 시도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남한 어선”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광수가 타고 온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은 해안을 50여m 남겨놓고 스크류가 암초에 얹혀지는 바람에 정체가 노출됐다. 상어급 잠수함 함장 정영구 중좌는 정찰조를 태우고 빨리 빠져 나가기 위해 스크류를 역회전시키며 해안쪽으로 잠수함을 후진해 접근했다. 이는 ‘스크류를 위험물체쪽으로 향하지 말라’는 조함규칙을 어기는 행위였다. 만약 잠수함이 함수를 해안쪽으로 해서 접근했다면 암초에 걸렸다 해도 후진해 빠져 나갈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
암초 보다는 어망과 같은 그물이 잠수함에게는 ‘쥐약’이다. 그물이 스크류에 걸리는 순간 잠수함은 꼼짝달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그물에 걸렸다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잠수부가 나가 그물을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잠수함은 작전중 그물에 걸렸을 때를 가정해 이를 벗어나는 훈련을 수시로 한다.
그러나 수심이 100여m 이상으로 잠수부가 나가기 힘든 상황이면 그물을 스쿠루에 단 채로 물 위로 부상하거나 일정 수심 이상으로 부상해 그물을 해체해야 한다.
한국 해군 잠수함도 9전단(잠수함전단) 출범 이후 작전 중 그물에 걸린 경우가 몇차례 있었다. 지난해에도 209급 잠수함 한척이 그물에 걸렸다가 빠져 나온 사례가 있다.
수심이 얕은 서해에서 훈련중 발생한 사건이었다. 관계 당국은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다 버리고 간 폐어망으로 추정했다. 당연히 해군은 이같은 사실을 쉬쉬했다.(이 역시 군 당국이 '툭하면 출처를 찾겠다’며 엉뚱한 조사를 하는 일이 잦는 점을 고려해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연례적인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28일 시작됐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에 매년 ‘알러지 반응’을 보여 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서울 불바다’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훈련 막바지에 무렵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한·미는 잠수함 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심지어 돌고래급까지 훈련에 등장했다. 돌고래급 잠수정이 훈련 상황에서 맡았던 역할은 상상에 맡기겠다.
올해도 잠수함 훈련은 강도높게 실시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수함 얘기를 몇자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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